새소식들녘농부 얘기
땅을 지키는 우직함이 길러낸 가지안내면 방하목리 가지 재배 조합원 예관영 씨
옥천살림  |  oksalim@oksalim.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8.08  18:19:35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많은 이들이 잠들어 있는 새벽 4시, 예관영(59, 안내면 방하목리) 씨가 바쁘게 자신의 밭으로 향한다. 가지가 잘 고정돼 있는지 보기 위해서다. 지주대에 가지를 제대로 고정하지 않으면 제 무게를 못 이겨 줄기가 휘어지기 십상이다. 그렇게 되면 가지 열매는 중심을 못 잡고 떨어져 상품가치가 없어진다. 매번 끈으로 조여 놔야 영양분을 십분 받아먹고, 잘 클 수 있다.

   
지주대에 가지를 고정하는 예관형 씨

가지 농사는 손이 정직해야 한다. 수작업의 ‘끝판왕’이다. 가지는 다 자라면 2m를 넘을 만큼 크기 때문에 지주대로 잘 고박해야 한다. 알파벳 브이(V)자 모양으로 엇갈려 지주대를 밭에 박는데는 시간이 꽤 걸린다. 아침잠 없이 꼬박 일주일은 일해야 가지를 키우기 위한 기초 작업을 마칠 수 있다.

충남 공주에서 태어난 예관영 씨는 1983년 옥천에 왔다. 20년간 바지런히 오이농사를 지었다. 100일이면 수확할 수 있는 오이가 수익률이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자리에서만 오이를 키워, 토양이변질된 건지 오이가 자라는 데 점점 재배의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작물을 과감히 바꿨다. 동네사람에게 가지 키우는 방법을 물어보며 틈틈이 배웠다.

   
예관영 씨

“농사꾼에게는 작물을 바꾸는 자체가 엄청난 고민인 걸 누구보다 잘 알죠. 재배 방법만 봐도 가지는 오이랑 다르니까 작물을 바꾸기 어려운 거잖아요. 오이는 가지와 다르게 말발굽 모양으로 지주대를 땅에 박아 키우거든요.” 그렇게 그는 새롭게 시작한 가지나무에서 80개~100개의 가지를 출하하며 또 다른 삶을 시작했다.

땀으로 일군 농산물을 다른 사람과 나누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 서울에 있는 대학생이 농활을 오면 함께 오이도 따고 감자도 캐면서 농촌 현실을 보여줬다. 수확한 걸 맛있게 먹는 학생들에게 들녘의 이야기를 전하며 내 땅에서 자란 농산물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갔다.

또 예관영 씨는 옥천군농민회 일원으로서 이 땅을 지키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는 옥천군농민회 회장 시절, 정부의 쌀값 정책 기조를 견제하기 위해 농민, 지역주민들과 버스를 빌려 서울 여의도로 올라가 투쟁했다. 지금도 그 현장에 빠짐없이 참석한다.

“정부는 국민이 잘 감시하고 지켜봐야죠. 농민도 국민이잖아요. 우리가 계속 외쳐야 정치인들이 엇나가지 않는 거예요.” 현장에서 농업·농촌의 중요성에 대한 감각을 익힌 예관영 씨는 지난해부터 옥천살림협동조합을 통해 옥천군내 학교급식에 가지를 납품 하고 있다.

   
예관영 씨가 재배하는 가지

“아이들 급식에 농약 안 친 가지가 올라간다고 하니 뿌듯하죠. 성장시기인 아이들은 좋은 먹거리를 접해야 하니까요. 좋은 먹거리는 어디 멀리 있는 개념이 아니에요. 가까운 곳에서 재배한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 그게 바로 로컬푸드예요.”

올해는 기후가 고르지 않아 작물 수확량이 예년만 못하다. 적은 수확량에 고민이 깊지만 품 팔듯 정직한 가지농사가 좋다는 예관영 씨. 가지가 위로 자랄 때 기분이 좋다며 덤덤히 웃어 보인다. 우직한 그를 보며 이 땅의 농부들이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옥천살림 먹을거리 정담
충청북도 옥천군 옥천읍 금장로 84 대표전화 : 043-731-6238 / 070-8833-6238 팩스 : 043)731-6233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은주
Copyright © 2012 옥천살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ok@oksali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