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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농의 자식이 꿈꾼 황금빛 들판청성면 산계뜰영농조합 이선우 대표
옥천살림  |  oksalim@oksali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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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13  15: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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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계뜰영농조합 이선우 대표

“청성면 산계리가 고향이에요. 그 시절에는 다 소농이었으니, 저도 소농의 자식이죠.”


산계뜰영농조합 대표, 옥천군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 옥천살림협동조합 이사 등 여러 직함을 가진 이선우(60) 씨는 소농의 자식이다. 모두가 소농이던 시절, 산계리에는 논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물이 오밀조밀 자라는 한 폭의 그림 같은 밭이 있었다. 박정희 정권 때 식량 증진과 간척지 사업으로 물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밭은 논이 됐고, 소농은 다채로운 농작물을 뒤로한 채 논농사에 매진한다. 괭이와 호미를 들고, 전통 농법에 따라 농사지으며 적은 양의 수확물을 거두어들이던, 먹을 것 없이도 어쩌면 지금보다 풍족했던 시절은 벌써 다옛날얘기다. 기계가 논밭을 갈고, 제초제로 풀을 죽이고, 더, 더 많은 수확량을 내도록 강요받는다. 농민이 된 소농의 자식은 건강한 농사를 짓고 싶었다. 마침 세상도 변하고 있었다.


“1997년 옥천에 대홍수가 났어요. 둑 다 터지고, 농사도 다 망했죠. 수확물 얼마 안 되는 거 못 팔고 있으니까 지인들이 팔아줬는데, 그래도 농사는 후유증이 몇 년을 가요. 수입 농산물도 점점 늘어나던 이때를 기점으로 소비자 직거래를 시작했어요. 얼굴 아는 소비자에게 먹을거리를 보내니까 더 좋은 걸 주고 싶어지잖아요. 그렇게 태평농법부터 관련 공부를 계속하다 보니 친환경 농업에 와 있었어요. 농업은 1995년 발효된 우루과이라운드와 FTA(자유무역협정)로 점점 어려워졌는데, 경제가 발전하니까 사람들은 ‘좋은 걸 먹어야겠다’는 먹을거리 인식 변화가 생길 때였죠.”


정농회, 가톨릭농민회를 중심으로 먹을거리 안정성을 강조하고, 미래 먹을거리 대안으로써 친환경 농업을 말하기 시작됐다. 1997년에는 ‘농업의 환경 보전 기능을 증대시키고’, ‘지속 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인 농업을 추구’하는 친환경농업육성법이 제정된다.


“당시 유기농은 아토피나 지병을 앓는 환자가 주 소비자였어요. 정부 정책이 시행되고 급속도로 퍼져 2010년을 정점으로 친환경 농업이 크게 성장했죠. 하지만 2014년 KBS 프로그램 ‘파노라마’에서 ‘친환경 유기농의 진실’을 방영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어요. 유기농업에서 고려해야 하는 점은 제쳐두고 나쁜 점을 밝히기 바빴죠. 그때 전수조사를 하면서 2만 개였던 친환경 농가가 절반으로 줄었어요. 오늘날 스마트팜을 육성하겠다는 정부는 정말 농민을 위한 정책을 펴는 건가요? 이런 환경 속에서 지켜져야 하는 게 친환경 농업이에요.”

   
산계뜰영농조합 창고에 비축된 쌀.


우선 지역 농업을 바로 세워야 했다. 이선우 대표를 비롯한 옥천 농민은 2005년 민관 협치 기구인 농업발전위원회를 만들어 학교급식을 논의하고, 생명 산업인 농업은 지자체 수장이 직접 챙겨야 한다는 걸 강조했다. 2013년 통합된 옥천군친환경농업인연합회를 설립했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옥천푸드거점가공센터, 옥천푸드직매장이 지자체 차원에서 논의되고 만들어진다. 이선우 대표는 건강한 지역농업을 위한 옥천푸드플랜이 농민들 발상이라며 조직화를 강조한다.


“국제화되고 경쟁화된 시대에 농민은 유통비용, 포장비용을 감당할 경제력이 없고 교섭력을 갖추기도 쉽지 않아요. 또 농민은 기본적으로 자영업자인 탓에 조직화가 어려워요. 하지만 안전한 밥상을 위해서는 농산물 판매유통구조를 바꿔야 하고, 그건 농민이 조직화 되어 규모를 키워야 가능한 일이죠.”


단순히 이윤을 위해 환경을 버리는 농업이 아닌, 이웃을 경쟁자로 삼아 대기업이 만든 불평등한 유통구조에서 허우적거리는 농업이 아닌 서로가 공생하는 농업이다. 옥천군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친환경인증을 받은 350여 농가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해 옥천군 친환경농산물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도정을 기다리는 쌀.

 

이선우 대표와 만난 산계뜰영농조합 사무실 앞 황금빛 논에는 대전 뿌리와 새싹 어린이집에서 체험 온 아이들이 뛰어다닌다. 메뚜기 잡으며 놀던 아이들은 소, 염소, 개와 인사를 나누고, 맛있는 점심으로 고픈 배를 채운다. 벼가 주 작목인 산계뜰영농조합은 육묘부터 모내기, 친환경 자재를 이용한 공동방제, 도정까지 한 곳에서 이뤄지도록 만들어져있다. 20마리 규모를 유지하는 축사 사료와 깔집을 직접 만들고, 퇴비도 만들어 쓴다. ‘순환농법’을 이야기하는 산계뜰은 2002년 설립해 현재 회원 26명으로 운영된다. 올해도, 내년에도 쉽지 않을 게 분명한 농사지만 힘을 합쳐 땅과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산계뜰영농조합 축사 옆 퇴비장. 밭에 쓸 퇴비를 여기서 만든다.

 

   
이선우 대표가 점심 때 먹을 쌈채소를 뜯고 있다.


“35년째 농사짓고 있는데, 올해가 가장 힘든 해였어요. 봄에 냉해가, 모내기에는 가뭄이, 이어서 폭염이 닥치고, 9월에는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졌어요. 작황은 절반으로 줄었고요. 농업·어업은 기후변화로 점점 더 힘들어질 거예요. 그러니 농민이 환경농업부터 열심히 일궈야 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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