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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기로 소문난 급식 뒷이야기옥천여자중학교 최문희 영양사
옥천살림  |  oksalim@oksali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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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13  15: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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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희 영양사

옥천여자중학교는 급식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와 조리 환경, 식자재 검수 등을 하는 ‘급식의 날’이었고, 마침 점심 종소리를 들은 학생들이 급식실로 달려오던 참이었다. 운 좋게 여중 급식을 얻어먹으며 학부모, 학생 이야기를 들어보니 역시 급식 맛있다는게 틀린 소문이 아니었다. “밥 먹으러 학교 간다는 애도 있어요.” “손님들 오면 식당에 데려가는 것보다 급식실에 오는 게 나아요.” “(영양사)선생님 오늘 학부모님들 온다고 신경 쓴 거죠!” 맛있는 급식 뒤편에는 오랜 시간 아이들을 생각한 영양사가 있다. 학교 식단을 짜는 영양사의 고민 너머에는 지역과 사람이 있다.


2004년부터 여중 영양사를 했으니 햇수로만 벌써 15년째다. 최문희(45) 씨는 학교급식이 위탁에서 직영으로 바뀌는 변곡점에서 영양사 생활을 시작했다.


“학교급식을 업체에 위탁하면 업체는 이익을 얻어야 하니까 식품비를 최대한 줄이려고 해요. 급식 질이 너무 떨어지니까 학교급식을 직영으로 바꾼 거죠. 저는 결혼 전에 천안에서 영양사 일을 하다 결혼 후 1998년 옥천에 왔어요. 아이를 낳고 다시 일하려던 시기 옥천여중에 공고가 난 걸 보고 임시직으로 일하기 시작했는데, 이때가 학교급식이 직영으로 바뀌던 시기에요.”


그때부터 참 긴 세월을 조리실에 몸담았다. 학생이 700명이나 되던 2004년 여중에서는 돈가스, 동그랑땡, 김말이 등 지금은 반가공 식품으로 나오는 요리를 직접 만들었다. 시간이 흘러 학생은 447명, 교직원은 60명, 조리사는 5명으로 줄었지만, 수많은 조건을 고려해 식단을 짜야 하는 일은 여전히 고되다.


“시제품 가격이 무조건 싸고, 비싸다고 좋은 게아니에요. 아이들 기호나 영양소를 생각해 뭐가 좋은지, 또 만들어 먹이는 게 더 맛있을지, 조리실 기계와 인력이 수용 가능한 메뉴인지 따져봐야 하죠. 저희가 다른 학교에 비해 메뉴가 복잡하거든요. 밥, 국, 김치가 기본이고 4가지 반찬에 후식까지 들어가요. 조리사분들과 손발이 안 맞으면 어려운 일인데, 10년쯤 되니까 아 하면 어 하고 알아듣는 사이가 됐죠. 항상 잘 맞춰주셔서 마음이 편해요.”


그렇게 단단한 시간이 쌓인 식판을 들여다보니 음식 하나하나가 거쳐 온 과정이 보인다. 부식업체, 육류업체, 지역 친환경농산물을 유통하는 옥천살림에서 식자재를 받는다는 여중 조리실은 아침 8시 10분부터 들어오는 물건 정리하랴, 9시 20분부터 조리하랴, 배식 전 보존식 만들어 관리하랴 정신이 없다. 한 명당 2천550원 하는 급식비에 최대한 맛있고 좋은 걸 담으려는 마음이 맛있기로 소문난 급식을 만들었다. 하지만 최문희 영양사가 식단을 고민하며 머리 싸매는 건 단순히 맛있고 좋은 급식을 만들겠다는 추상적인 의지가 아니다.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 더 신선하고 의미 있는 음식을 맛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학생 검수 온 학생에게 “로컬푸드라고 들어봤지?” 말해도 “네~” 하고 마는 일이 대부분이지만, 지역에서 로컬푸드를 고민한 시간이 쌓일수록 아이들 삶의 풍경도 달라질 것이었다.

 

   
급식 배식을 받는 학생


“지역 친환경 농산물이 처음에는 단가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급식비 올라가는 거 아니냐는 학부모 인식도 있었죠. 이제 그런 부분은 많이 없어졌어요. 옥천 농산물 쓰는 게 도소매를 거치지 않아 신선하고, 달걀도 동물복지로 생산돼 더 좋죠. 전반적으로 물건이 좋지만, 학교급식센터 회의에 참석하면 품질이 떨어지는 농산물에 관해서는 분명히 얘기해요. 농민분들 힘들게 농사짓는 건 이해하지만, 세심하게 물건을 봐야 하는 것도 맞으니까요. 저희 입장에서는 시중가에 군 보조를 해주니 지역 친환경 농산물이어도 가격이 싼데, 친환경만보조해주는 게 아쉬워요. 이런 수박 겉핥기식보다 관내 농산물을 다 유통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최문희 영양사는 육류·가공식품에도 로컬푸드 확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꺼낸다. 탐방 갔던 선진지에서 친환경 농산물이 부족할 때 지역 농산물을 대책으로 구비하는 사례를 보기도 했다고. 다른 지역보다 시장이 작고, 그마저도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옥천이라도 학교급식에 더 다양한 지역 농산물이 들어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게 최문희 영양사 생각이다.

 

   
나중에 급식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한 보존식. 점심시간 마다 보존식을 만들어둔다.


이렇게 저렇게 고군분투하는 건 결국 지역 학교 영양사의 삶이다. 다양한 평가가 이뤄지는 학교 수업에 비해 급식은 눈으로, 입으로 이미 평가받는 하나의 결과물이다. 최문희 영양사와 조리사는 매일 점심 급식을 배식할 때마다 작품을 공개하고 소감을 기다리는 심정이 된다.

 

“잘 먹었다고 하고, 맛있어하면 기분이 좋아요. 반대로 잔반이 많이 남는 날은 속상해요. 매일 평가받는 것 같죠. 고생하는 만큼 만족도가 높기도 해요. 조리사분들은 힘들어도 맛있다는 얘기가 들리면 또 열심히 조리하시고요.”


기다렸다는 듯 급식의 날 점검을 하러 온 학부모 신경화(41) 씨는 “매번 와서 보지만 불시에 와도 한결같다. 애들도 급식에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 아이는 매달 한 번 있는 생일상을 방학이라 못 받으면 어떡하느냐고 걱정하고는 했다. 급식이 질 좋은 유기농·친환경으로 만들어지는데 개선이 필요 하다면 지자체 급식 예산이 더 많이 편성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급식의 날을 맞아 급식실 입구에는 조리실 고무장갑, 앞치마, 지역 친환경 농산물, 식단 검토서 등이 전시돼 있다. 그중에서도 학생이 쓴 식단 제안지는 웃음을 자아낸다. ‘짜장밥, 짬뽕국물, 탕수육, 고추잡채, 꽃빵... 1년에 한번이라도 먹고싶은 마음에 제안합니다’라는 내용을 읽다 보니 학교급식이란 조리하는 조리사와 맛있게 먹는 학생, 모든 음식의 시작이 되는 농산물을 기른 농민이 모두 함께 만드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최문희 영양사는 원재료를 다듬어 후식을 만들기도 한다는데, 옥천 감자로 만든 웨지감자 맛은 어땠을지 괜히 더 궁금해진다.

   
급식의 날을 맞아 전시된 조리실 고무자갑과 앞치마.

 

   
급식의 날을 맞아 전시된 옥천 농산물. 모두 실제 쓰이는 제품이다.

 

   
최문희 영양사와 조리사가 모여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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